2007년 08월 13일
비
(습작)
비
김성준(金成峻) - Eloid(엘로이드)오늘도 아침부터 가랑비가 아스팔트를 촉촉히 적시고 있었다.
스스로 '축복이 내리는 날' 이라고 정해놓은 오늘 같은 날에는 평소와는 또 다른 세상의 모습에 즐거워 하면서 새로운 기분으로 일을 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매일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어 심신이 피로해 질 때면 그 누군가의 윗옷을 벗기기 위해 매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태양을 괜히 흘겨 보면서 마음속으로 기우제를 지내곤 했었다.
머리가 꽉 막혀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을 때 마침 비가 내리면 내 어깨의 3배는 족히 넘어 보이는 1단 우산을 펼쳐 들고 나가 그 위로 쏟아지는 빗방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 그 어떤 것으로도 뚫리지 않던 머리가 신기하게도 빗소리만으로 개운하게 청소가 된다. 정말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웬일인지 이번 주는 평소와 다르다.
"딸깍딸깍"
방 안을 가득 채운 눅눅한 습기에 답답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다음 날의 날씨를 검색했다.
아까 전부터 조건 반사적으로 몇 분 간격마다 계속 하고 있는 행동이다.
전지전능한 신께서"좋아 내일은 한번 소풍이나 다녀올까" 하고 마음먹고 변덕을 부리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을 우산 그림들을 보면서 이마에 왼쪽손을 괴며 깊은 한숨만 연달아 내쉰다.
3월의 어느 날 창문을 두들기던 봄비 앞에서 턱을 괴고 한숨을 쉬던 그때랑 너무 판박이다. 다만 그때는 며칠 후 찾아온 우연한 기회가 고민을 유보해 주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밀린 일은 언젠가는 다시 부여잡게 되는 법. 결국 그 고민은 몇 달 가지 않아 다시 내 숨턱까지 성큼 다가 와 버린 것이다.
'취직'
대학을 졸업하게 된 나는 이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매일 밤 골을 싸매며 이 단어에 빨간 줄을 긋기 위해 매달려야만 했었다. 취업준비교육기관(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한 학기에 350만원을 쏟아 부어가며 자신의 미래에 정열을 쏟아 부었던 사람들에 비해 나는 터무니 없이 늦은 출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침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신 취업 전문가 교육과정이 있어 여러 이유를 덧붙여서는 분명 다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서울로 홀홀 단신 올라오게 되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며 눈에 들어 온 것들은 손님들에게 먹음직스럽게 보이기 위해 이리저리 굽혀져 팔려나가기를 기다리는 붕어빵들의 모습이었다. 취업을 위한 무기를 갈고 닦는다는 미명(美名) 아래 각자의 개성과 자존심을 상실하고 찍혀 나오는 유통기한 불명의 붕어빵들! 그래서 또다시 한숨을 쉬게 되었다.
간만에 주말에는 집 앞에서 매미가 힘차게 울고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평화로운 주말의 끝을 알리기라도하듯 비는 새벽 즈음 다시 한차례 지면을 적시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무리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고민에 절어 있는 내 머리 속은 쉽게 청소가되지 않는다. 아무리 비가 만능 해결사라 한들 이번 경우에는 무리인가 보다. 어쩌면 이렇게 답을 안 해 주는 이유가 내가선택하는 길이 정답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려는 빗방울의 작은 배려가 아닐까 하며 자위(自慰)해 본다.
블로그를 티스토리로 이전 할 계획에 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이글루에서는 이 글이 마지막이 될 예정입니다.
# by | 2007/08/13 01:46 | 잡다한 생각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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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습작...잘 읽었습니다.^^